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교회에 무릎꿇었다"

입력 2011-02-24 10:30

“교회는 정치권을 협박하지 말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슬람채권(수쿠크)법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계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23일 자유선진당 최고위원회에서 수쿠크법 반대에 나선 교계를 향해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언동”이라고 한 데 이어, 24일 오전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찬반의견의 수준을 넘어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은 17일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찾아간 자리에서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될 경우 다음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수쿠크법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2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 처리 유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종교계가 과거 민주화 진통 시기에는 많은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종교계는 종교의 영역에, 정치는 정치권에 맡겨두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을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정도의 의사표현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엔 “교회가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강요이기 때문에 정교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낙선운동 자체는 선거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정치인이나 정당은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 가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위협하는 것이고 교회의 힘을 가지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에 가서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교회가 권력화된 것이다. 그건 안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회든 어떤 단체든 본래 영역을 벗어나서 권력화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교회나 종교단체는 정치를 목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와는 달리 종교적인, 신앙적인 목적이 따로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수쿠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지 않기로 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수쿠크법을 아랍 국가의 원전수주와 관련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그건 교회의 압력에 무릎 꿇은 것”이라며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교회의 요구에 저거한 것(무릎꿇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