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시위 예측불허… “유가 150달러 넘을 수도”
입력 2011-02-24 01:46
리비아 사태 격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입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등 중동지역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석유공사는 22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가 배럴당 103.72달러로 전날보다 3.36달러나 올랐다고 23일 밝혔다. 전날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36달러에 거래를 마쳐 2008년 9월 8일(101.83달러) 이후 처음 100달러를 넘었다. 또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전날보다 7.37달러 급등한 93.57달러를 기록했고, 런던 석유거래소(ICE)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도 0.04달러 상승한 105.78달러에 마감됐다.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상황이 악화되면서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은 이날 엘샤라라 등 리비아 모든 유전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엘샤라라는 리비아의 핵심 유전으로 하루 생산량이 25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에너지 기업 원터샬도 하루 생산량 10만 배럴의 리비아 유전을 폐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기업들의 잇단 생산 중단으로 리비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최소 22%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집트발 반정부·민주화 시위의 중동 내 확산 가능성과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중동의 반정부 시위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지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제유가의 단기적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역시 “리비아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사우디 등 다른 중동 국가의 원유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국제유가가 2008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7월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47.5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리비아 민주화 시위로 중동의 정정불안이 확산되면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국채 5년물 CDS 프리미엄은 22일 기준 142.7bp(1bp=0.01%)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올 초까지 75bp 수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배가량 오른 것이다.
최정욱 이명희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