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쇼크 주범 도이치증권 6개월 영업정지 ‘본때’
입력 2011-02-23 22:00
금융 당국이 지난해 11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옵션쇼크’를 유발한 한국도이치증권 및 관련자들에 대해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6개월간 장내 파생상품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열어 제재 수위를 이같이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국내외 증권사 가운데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기는 처음이다.
◇사건의 재구성=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1일 옵션만기일 장 마감 동시호가(10분) 동안 2조4424억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낸 주범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 운용팀원 3명이었다. 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사건’을 공모했다. 도이치은행 계열사인 한국도이치증권을 매도 창구로 정한 뒤 자금은 도이치은행 런던지점에서 끌어왔다. 이들은 사건 당일 삼성전자 등 코스피200 구성종목 199개 주식 전량을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총 7회 분할 매도했다. 대량 주식 매도로 코스피200지수를 급락(2.79%)시키고 지수 하락 시 이익이 나는 파생상품인 ‘풋옵션’을 통해 448억7000만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운용팀장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뉴욕지점 담당 헤드(head)에게 모두 보고했다.
최규연 증선위 상임위원은 “도이치은행 계열사인 홍콩·뉴욕지점과 한국도이치증권 직원 5명 간의 시세조종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은 단 10분간 2조원 이상의 주식을 대량 처분한 뒤 11억원어치의 풋옵션을 사들여 순식간에 40배 넘는 차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이치은행 독일 본사의 개입까지는 확인하지 못해 검찰에 통보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도이치증권은 국내에 설립된 법인이라 행정제재 대상이지만 도이치은행의 경우 외국 법인이라 행정제재 대상이 아니다. 도이치은행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거쳐 처벌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거래소도 25일 도이치증권에 대해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금융위의 제재안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제재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거래소가 회원사에 부과한 제재금 최고액은 2억5000만원이었다.
◇금융 당국 ‘본보기’ 보였다=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외국계 자본에 ‘본보기’를 보여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증권 이태경 수석연구원은 “파생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외국계 증권사로서는 사실상 사업을 철수하라는 의미에 가까운 중징계”라며 “외국계 자본에 대해 한국 시장에서 함부로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외국인의 투자활동이 위축되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석연구원은 “도이치증권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1.3%로 미미하고,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도이치증권의 자산 규모는 65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 중 2∼3위권이다.
Key Word 11·11 옵션쇼크
지난해 11월 11일 옵션만기일,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10분)에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서 2조4000억원의 대량 주식 매도 주문이 쏟아져 코스피지수 및 코스피200지수가 급락한 사건. 금융 당국 조사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파생상품 차익거래팀 3명 등이 한국 도이치증권을 통해 2조4424억원의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종가 무렵 지수 급락을 유도해 448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