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서 라가치상 대상 받는 김희경씨 ‘마음의 집’… 심사위원단서 극찬
입력 2011-02-23 19:31
이제 겨우 두 번째 그림책을 쓴 30대 여류 작가가 3월 28∼31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48회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는다.
주인공은 ‘마음의 집’(창비)을 쓴 김희경(34·사진)씨. 라가치상은 2년 이내 출간된 전 세계 어린이책 중 창작성과 교육적 가치, 예술성 등이 뛰어난 작품에 수여된다. ‘아동출판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상으로 매년 픽션, 논픽션, 뉴호라이즌, 오페라 피라마 등 네 분야별로 대상 1권과 우수상 2∼3권이 선정된다. 한국 책은 그동안 다섯 차례 우수상을 받았지만 대상을 받는 건 처음이다.
김씨는 23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책 작가들이 열심히 노력하는데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얼떨떨하고 송구스럽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마음의 집’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집에 비유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사색으로 이끄는 그림책이다. 도서전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을 통해 “한 편의 우아한 시”라며 “모든 면에서 상당히 특별하고 독창적이다. 이런 책이야말로 어린이 문학의 자랑이자 명예”라고 격찬했다.
이화여대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김씨는 맹아학교 교사와 미술관 전시기획자로 일하면서 시각장애아와 어린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자그림책을 개발해 왔다. 2009년에는 ‘지도는 언제나 말을 해’(논장)라는 그림책을 쓰기도 했다.
“시각장애를 지닌 아이들을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그림책을 구상하면서 사물을 진실되게 바라보고 인식하는 행위는 눈이 어둡거나 밝은 것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눈이 좋더라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쓰게 됐어요.”
‘마음의 집’은 2009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을 찾은 폴란드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씨가 김씨의 글을 보고 그림 작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김씨는 “이 세상에는 눈이 어둡거나 돈이 없어 책을 못 읽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며 “책 서두에 ‘이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라고 쓴 것처럼 모든 어린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라가치상에는 세계 45개국 200여개 출판사가 1000여종을 출품해 경쟁했으며 한국에서는 17개 출판사에서 66종을 출품했다. 시상식은 도서전이 시작되는 다음달 28일 볼로냐 시청인 아쿠르시오 궁에서 열린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