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유류세 인하 압력 커진다
입력 2011-02-24 01:44
리비아 사태 격화로 유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유류세 인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2일 국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856.39원까지 치솟았다. 서울은 평균 1918원에 달하는 등 국내 기름값은 이번주까지 20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할 공산이 커졌다. 현재 국제 유가는 150달러에 육박한 2008년 7월보다 28% 낮지만 국내 휘발유 시판가는 그때와 비교해 4% 차이밖에 안 난다. 이에 따라 유류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에도 유류세 탄력세율을 10% 포인트 인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에너지 관련 국민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5.1%가 “유류세 인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유류세 인하에 동의한 응답자 중 월 1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동의율은 95.7%에 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고유가 쇼크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정유업계가 주장하는 유류세 인하 방안은 기름값에서 차지하는 세금 중 교통세의 탄력세율을 낮추자는 것이다. 지난달 말 현재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1826.35원)에는 유류세를 포함한 세금 비율이 49.5%(903.85원)다. 이 가운데 ℓ당 475원에 ±30%로 적용되는 교통세의 탄력세율을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하자는 것.
그러나 정부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인하해 본 적이 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면서 “현 상황에서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반쪽 효과’와 세수 감소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현재의 유가가 2008년 상황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유류세를 내린 뒤에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책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방안은 정부의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는 만큼 결국 유가 상승 폭과 속도가 유류세 인하 시기를 결정지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