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리비아 운명 칼자루 쥔 부족들
입력 2011-02-23 21:46
사실상 내전 상황인 리비아에서 사태의 향배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부족들이 꼽히고 있다.
리비아는 다른 아랍권 국가와 달리 여전히 부족들의 영향력이 크다. 이들 부족은 리비아가 식민지였던 시절 외세와 투쟁하는 핵심 역할을 해 왔다. 또 1969년 무아마르 카다피의 쿠데타 이후엔 국정에 참여해 일정한 지분을 누렸다.
카다피가 22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모든 부족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부족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날 카다피는 스스로 ‘베두인 전사’라고 칭했다. 베두인은 ‘사막의 주인’을 뜻하는 말로 아랍 유목민족을 가리킨다. 리비아의 부족들은 이제 유목생활을 거의 안 하지만 대부분 베두인의 후예들이다. 베두인은 매우 용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다피는 집권 초기 10년간 부족통합 정책을 폈다. 그러나 점차 충성하는 부족들에겐 특권을 주고, 반발하는 부족들에게는 무력을 행사하며 정권을 유지했다. 따라서 ‘내전’은 곧 부족 간 ‘전투’를 의미한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부족들은 현재 약 140개로 분화돼 있다. 그 가운데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세력은 30여개다.
현 정권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족은 알 카다파 부족과 알 마가리하 부족이다. 카다피가 부족장으로 있는 알 카다파 부족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카다피 집권 후 각종 혜택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알 마가리하 부족은 카다피의 오른팔로 불리는 압데살람 잘루드 전 총리를 비롯해 정부와 군의 요직을 많이 배출해 충성도가 높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동부 지역에선 알 주와이아 부족의 영향력이 크다. 리비아 안에서도 손꼽히는 유전지대를 관할하는 이 부족은 지난 20일 “폭력 진압을 멈추지 않으면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며 카다피에게 반기를 들었다. 리비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100만명)를 가진 서남부의 와팔라 부족은 카다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일각에선 젊은이들 사이에 부족의 고리가 느슨한 점 등을 들어 부족의 영향력이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