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막가파식 ‘피의 보복’ 추가 대학살 우려
입력 2011-02-23 21:45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피의 보복’ 선언으로 대규모 추가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주요 항만이 폐쇄되고 원유 생산이 일부 지역에서 중단되는 등 리비아 경제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추가 대량학살 우려 확산=카다피의 반정부 시위대 강경 진압 선언 직후 리비아 보안군은 수도 트리폴리 장악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리폴리 주변 지역에도 대규모 군 병력이 배치됐으며, 또 다시 전투기와 군 헬리콥터가 트리폴리 시내 곳곳의 시위대를 향해 폭격과 발포를 했다고 전했다. 카다피 연설 직후 수백명의 친정부 시위대는 트리폴리 거리로 몰려나와 공중에 총을 발사하는 등 반정부 시위대를 위협했다.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졌던 항구도시 토브루크 등 동부 지역 일부는 ‘해방구’로 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토브루크 중앙광장에선 시민들이 카다피가 1975년 만든 혁명 지침서인 ‘그린북(Green Book)’을 형상화한 동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하지만 벵가지 등에선 여전히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쟁범죄국제연대(ICAWC)는 지금까지 519명이 숨졌고, 실종자도 15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혈 사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리비아 반정부 활동을 했던 노만 베노트먼은 “카다피는 또 다른 대학살을 자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극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생활도 피폐해지고 있다. 리비아 상당수 주유소와 빵집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수송 트럭이 없어 석유와 빵 원료를 공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반(反)카다피 시위, 해외로 확산=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소재 리비아 영사관 앞에선 수백명이 카다피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영사관 직원들은 리비아 국기를 내리고 왕정시대 국기를 내걸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시위대 3명이 리비아 대사관에 진입, 왕정시대에 사용했던 국기를 내걸었고 대사관 직원들이 이들을 돕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 리비아 대사관이 위치한 세계 각국에선 유혈진압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TI) 등 반부패 기구 운동가들은 카다피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에 대해 국제 금융기구들이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