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사생결단 카다피, 석유 무기로 “나 없으면 혼란뿐”

입력 2011-02-23 21:45


궁지에 몰리고 있는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예상됐던 최악의 시나리오인 석유 생산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계 12위 수출 품목인 석유를 무기화해 불리한 국내외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게 현실화될 경우 치솟고 있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2일(현지시간) 카다피가 보안군에게 석유 관련 시설을 “파괴(사보타주)하라”고 명령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보안군이 곧 지중해 항구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들을 폭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타임은 카다피의 석유시설 파괴 명령이 ‘나 카다피를 택하라. 그렇지 않으면 혼란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는 자신이 없을 경우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 빠지고, 세계엔 중동 지역 에너지 수급 체계 혼란이라는 재앙이 닥칠 것이란 경고다.

국내 상황은 군부와 부족들의 이탈로 카다피에겐 갈수록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140여개 부족 중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부족은 자신의 출신인 알 카다파 부족 정도다. 그동안 수많은 부족을 통제하며 관리해온 자신이 사라질 경우 부족들 간 권력투쟁이 장기간의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최후통첩’인 것이다.

카다피는 서방 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에도 석유 통제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멤버인 리비아는 하루 160만 배럴을 생산해 세계 17위, 아프리카 3위 산유국이다. 또 아프리카 최대 비축유를 자랑한다. 원유 생산도 국영 국립 석유사가 독점하면서 개발에서 생산·수출까지 담당하는 구조다.

이번 사태 이후 리비아 석유 생산은 6% 정도가 줄었고, 일부 항구선 원유 수송 작전에 혼란이 일고 있다. 또 유전 80%가 밀집해 있는 동부 시르테 지역의 나푸라 유전에서의 원유 수송은 중단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따라서 반정부 시위를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강경 진압하는 카다피가 막가파식 석유시설 파괴를 언제 강행할지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