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원유 수출 중단, 트리폴리·벵가지항 등 터미널 폐쇄… 공급 차질로 전세계 긴장
입력 2011-02-24 01:41
리비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리비아가 내전 상태에 돌입하면서 석유 수출에 차질을 빚기 시작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나돌루 통신 등 터키 언론매체들은 23일(현지시간) 리비아의 트리폴리항과 벵가지항의 활동이 중단됐으며 22일자로 리비아의 원유 터미널들이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과 독일 최대 석유회사인 빈터스할은 23일 리비아 현지에서의 석유 생산을 중단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2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석유 시설을 파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보안군이 곧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고의적인 시설 파괴)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비공식 회동을 갖고 “리비아 사태로 인한 공급 부족을 메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다피에 반기를 드는 정부 인사도 늘고 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리비아 내무장관은 22일 “정부에서 이탈하겠다”며 군이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 알리 아드잘리 주미 대사 등 외교관들도 시위대 편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유혈 진압이 자행되고 있는 수도 트리폴리와 동부 도시 알-바이다 등지에는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한 주민은 “진압군이 비행기로 폭격을 가하고 탱크를 동원해 사람들을 죽였다. 거리에 나오기만 해도 사살한다”며 “이는 대량학살”이라고 말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로 1000명이 숨졌다는 추정치는 신뢰할 만한 정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도 리비아 정부와 카다피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페루 정부는 각국 중 처음으로 리비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BBC가 23일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럽은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세계 최대 무슬림 조직인 이슬람회의기구(OIC)도 22일 리비아 정부의 폭력 진압을 강력 비난했다. 관련기사 2·3면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