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사망 75명 실종자 300여명… 뉴질랜드 국가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1-02-23 21:27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65명에서 75명으로 늘었다고 현지 당국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실종자 명단에도 300여명이 올라 있어 희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선 이날 생존자 찾기가 온종일 진행됐다. 뉴질랜드 다른 지역과 호주에서 급파된 구조대원들은 건물 잔해를 맨손과 중장비로 들어올리며 생존자를 찾는 데 노력했다.
지진 발생 만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앤 보드킨이라는 여성이 휘어진 철제 틈으로 구출됐을 때는 환호가 쏟아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현지신문 뉴질랜드헤럴드는 무너진 파인굴드기네스 건물에서 5명이 구조됐다고 전했다. 생존자 일부는 팔이나 다리가 잘린 모습이 목격됐다.
구조된 생존자보다 매몰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게 현지의 중론이다. 뉴질랜드 경찰은 캔터베리TV 건물 매몰자가 100명 이상이며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당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여진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크라이스트처치 인근에선 두세 차례 여진이 있었다. 당국은 26층짜리 그랜드챈슬러 호텔이 추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주변 통행을 통제했다. 지진 충격으로 뉴질랜드 최대 태즈먼 빙하에서 얼음 덩어리 3000만t 이상이 떨어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구 작업도 진척되고 있다. 전날 도시 4분의 3 지역에서 끊겼던 전기는 60% 정도 공급이 이뤄졌다. 상수도 시설은 복구가 늦어져 당국이 직접 물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국제공항 운영은 오전부터 재개됐다.
한국인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몰려 있다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각각 40명과 55명의 구조대원을 긴급 파견했다. 미국 일본 영국 대만 구조대원도 현지에 속속 도착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를 보험에 가입된 재산에 근거해 약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산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