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우리 국민 빼내라” 미·영·러 등 군용기·군함 총동원
입력 2011-02-24 01:52
“공항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탈출해 22일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미국인 캐서린 버넷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리비아에서는 내전 위험을 피하기 위한 ‘외국인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탈출은 육로 바닷길 항공편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이뤄지고 있다. 각국은 군용기와 페리 군함을 투입해 자국민을 대거 소개하는 작업에 나섰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미국은 전세 페리를 동원해 23일 해상을 통한 소개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선박은 오후 트리폴리 아스-샤하브 항을 떠나 지중해 도서국 몰타로 향했다. 영국도 리비아 해안 지역으로 군함 HMS 컴버랜드를 보냈다. 세르비아 러시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도 비행기를 급파했다.
국제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그리스는 상업용 페리 4척을 투입해 자국민과 중국인들을 트리폴리에서 그리스 크레타섬으로 수송한 뒤 중국행 비행기에 옮겨 태울 계획이다. 그리스는 중국 이외 다른 국가의 요청에 대해서도 공조를 검토 중이며, 이집트가 자국민 수송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인 5000명은 육로를 통해 리비아를 빠져나왔다. 약 1만명은 국경에서 출국 대기 중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이집트인들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이집트인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튀니지인 3만여명도 리비아 서쪽 국경을 넘어 튀니지로 탈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리비아 사태가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영향을 받은 탓에 튀니지인들은 카다피 정권의 목표물이 될까 우려해 탈출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터키는 리비아 정부로부터 항공기 착륙 승인을 거부당하자 22일 자국민 3000명을 태울 상업 페리 2척을 벵가지로 보냈다. 정정 불안으로 비행기 착륙과 영공 통과를 통제하는 주체가 불분명해 항공편을 이용한 자국민 철수 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