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 성과주의 속 ‘불통’ 심화… 집권 후반기 후유증 걱정

입력 2011-02-23 18:18


(2) 국정운영 및 과제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3년을 관통하는 단어는 ‘일’과 ‘탈(脫) 정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첫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다. 경제 부문에 초점을 맞추면, MB 3년의 외관상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일 중심주의와 탈정치 노선은 끊임없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23일 “국민들은 ‘대통령이 일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정치는 정말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평가는 다층적인데, 이 대통령은 그런 면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의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통치 스타일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집권 초반을 강타했던 한·미 쇠고기 협상 후폭풍은 이른바 ‘성과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많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 역시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추진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탈정치 노선이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나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는 말을 공·사석에서 자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정치권이나 반대 세력과의 소통에 인색한 근본적인 원인은 ‘소통=거래’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반대 세력과 자주 만나야 한다는 보고가 많이 올라가지만, 대통령은 ‘그들을 만나면 뭔가를 내줘야 한다. 그런 식으로 타협하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와의 소통을 강화하기보다는 일을 통한 ‘실적’으로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다. 이달 초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영수회담 불발은 이 대통령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알맹이 없는 회담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소통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12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를, 지난해 7월에는 사회통합수석실을 청와대에 신설했다. 지난해 8월 오랜 기간 불화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독대하며 ‘휴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정책 성과와 정치의 성과는 다른 영역”이라며 “이 대통령이 정치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지 않을 경우 집권 후반기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