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꽃망울 찾아 떠나라 했다… 청주 수암골·목포 온금동·울산 정자항·거제 지심도

입력 2011-02-23 18:01


한국관광공사는 올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벽화가 아름다운 청주 수암골과 근대문화유적이 다순구미 골목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목포 온금동 등 4곳을 선정했다. 연중 참가자미를 맛볼 수 있는 울산의 정자항과 동백숲이 아름다운 거제 지심도도 미각과 시각을 유혹하는 봄나들이 명소로 손색이 없다.

◇그림으로 변한 달동네(청주 수암골)=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정착촌이었던 청주시 수암골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 속의 초라한 달동네였다. 하지만 2007년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행된 벽화작업으로 봄날에 꽃이 피어나듯 수암골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거친 담벼락에는 함박웃음을 짓는 꼬마들과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그려져 실제 골목길의 풍경인 듯 살아있다.

인적 없이 조용한 골목길에서 이쪽 벽의 소녀와 저쪽 벽의 소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꽃들은 소리 없이 꽃잎을 펼친다. 담장은 바다가 되고 때로 하늘이 되어 마치 그림책 속을 산책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외국 여행객들의 발길도 잦다. 청주시내 성안길에도 드라마 촬영지가 있어 주인공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높다(청주시 문화관광과 043-200-2231).

◇골목서 조우한 근대문화(목포 온금동)=목포는 시가지 전체가 근대문화유적 박물관이다. 온금동, 일본인 골목, 오거리 등에는 목포의 근대사를 만날 수 있는 흔적들이 오롯이 남아 있다. 온금동은 목포에 시가지가 조성되기 전 뱃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다. 유달산 산자락에 기대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온금동 달동네를 걷다보면 점점 잊혀져가는 정을 느껴볼 수 있다.

목포의 오래된 골목에서는 일본식 가옥과도 조우하게 된다. 2층 격자모양 집 외에도 옛 일본영사관, 이훈동 정원, 근대문화역사관 등이 목포의 근대사를 담고 있다. 예향의 도시인 목포에서 오거리는 1970∼80년대 예술의 중심지였고 그 중심에 다방이 있었다. 작가들의 아지트였던 다방은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달산에서 북항으로 이어지는 일주도로는 3월 말 꽃망울을 터뜨리는 개나리들로 노란 꽃 세상을 연출한다(목포시 관광기획과 061-270-8430).

◇참가자미의 고향(울산 정자항)=20년 전만 해도 포경선이 뱃고동을 울리며 집채만한 크기의 고래를 끌고 오면 울산 장생포는 축제 분위기로 들떴다. 고래고기를 맛보기 위한 미식가와 구경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래잡이가 금지된 이후로 울산을 대표하는 어항은 북구의 정자항으로 변했다. 정자항은 전국으로 유통되는 참가자미의 70%를 어획하는 곳으로 연중 참가자미를 잡는다.

참가자미는 비린 맛이 없어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그중 정자항 사람들이 으뜸으로 여기는 것은 참가자미회다. 깊은 바다에 사는 어종이라 모두 자연산인데다 산란하기 전인 3월의 참가자미는 기름기가 많아 찰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 정자항의 또 다른 먹을거리는 정자대게다. 크기는 작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다. 정자바다의 세찬 물살에서 자라는 미역도 일품이다. 강동 화암 주상절리가 있는 산하동에서는 수확한 미역을 널어 말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울산광역시 관광과 052-229-3851).

◇동백숲에서 만나는 봄(거제 지심도)=거제도의 장승포항 지심도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달리면 동백꽃으로 유명한 지심도에 도착한다. 지심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형상이 ‘마음 심(心)’자를 닮은 폭 500m, 길이 1.5㎞의 작은 섬. 후박나무 해송 팔손이 등 원시림의 보고인 지심도는 섬 면적의 60∼7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동백꽃은 11월부터 겨우내 피고 지고를 거듭하다 3월 초순부터 본격적인 개화를 시작해 3월 말에 절정을 이룬다.

아담한 선착장에서 섬 중턱 쉼터까지 지그재그 오솔길은 동백나무 터널. 원시의 생명력이 오롯이 살아 숨쉬는 오솔길은 수령 수백 년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앞다퉈 꽃을 피우고 서둘러 낙화하느라 숨이 막힌다. 고개를 들어도 동백꽃이요 고개를 숙여도 온통 핏빛 동백꽃이다. 지심도 동백꽃길 트레킹을 즐긴 뒤 거제도 본섬으로 돌아와도 즐길거리가 많다. 해상유람선을 타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유람하거나 동부의 옥포대첩기념공원, 학동 동백림, 해금강, 서부의 청마 유치환 생가, 남부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좋다(거제시 관광과 055-639-3619).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