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주민들 공권력 저항 잇따라… 南 영상 담은 USB 급속 유포

입력 2011-02-23 21:52

공권력에 저항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의 전 보안서장(남한의 경찰서장)이 이달 초 퇴근길에 괴한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숨졌다고 23일 보도했다. 피살자는 14년 동안 보안서 감찰과장과 수사과장 등을 지내며 주민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수십명을 악착같이 적발해 교화소로 보내 원성을 샀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올 초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는 한 주민이 땔감을 회수한 산림감독대 감독원 3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중순 평안북도 정주, 용천 등에서 주민 수십명이 전기와 쌀을 달라고 외치며 소동을 벌여 국가안전보위부가 주모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탈북자 단체가 만들어 북한에 유포하고 있는 특수 USB(휴대용 저장장치)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스텔스 USB’로 명명된 이 장치에는 북한 세관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한 특수한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고 이 USB를 제작·유포한 NK지식인연대 측이 23일 밝혔다. NK지식인연대는 대학교수 등 지식인 출신 탈북자들이 만든 단체다.

이 USB는 세관 검색대에서는 데이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정 시점이 지나면 저장돼 있는 콘텐츠가 활성화되도록 설계돼 있다. NK지식인연대 관계자는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

USB에는 국내 드라마와 중동 등지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혁명의 의미 등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들어 있다. 북한 주민들이 “드라마를 더 넣어 달라”는 주문을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북한 당국이 이 USB를 색출하기 위해 특별단속반을 가동 중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 USB는 탈북한 전문가들이 지난해 2월 개발에 성공, 3월부터 북한에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백개가 유포돼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정보의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 주민 상당수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도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컴퓨터 기기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주화 바람이 북한에 스며들지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집트·리비아 민주화 시위 등을)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장은 영향이 미미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