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특사단 숙소 침입 파문] 與도 “원세훈 경질” 압박… 청와대 버티기 통할까

입력 2011-02-23 18:10

국가정보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원 국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 직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해 절도사건을 일으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국정원을 쇄신해야 하고, 쇄신의 출발은 국정원장 경질”이라고 못 박았다. 또 청와대를 향해 “언론 보도에 실린 국정원장을 보호하고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참 한심하게 들린다”며 “국정원장 경질이 국정원 쇄신의 출발점이란 사실을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국정원은 쇄신을 넘어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이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쓰는데, 인사가 너무 자주 무원칙하게 이뤄져 국정원 전체 기능이 상실되고 마비상태에 있다고 들었다”면서 “몇 사람 문책 차원이 아니라 기존 기능을 회복하고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는 더 이상 국정원장을 해임하라 이런 정도의 얘기에 그치고자 하지 않는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원 등 모든 국가기관을 제자리에 돌려놔 민주주의 기초를 다져 나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장 직에 대통령 개인 참모를 임명함으로써 국정원을 권력기관화했고, 국정원은 이 대통령과 권력에 대한 충성 경쟁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이번 사건은 철저한 진상조사만으로는 안 되고 근본적 수습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정원장 사퇴는 기본이고 근본적인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국정원장을 향한 정치권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책임을 논할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장이나 (침입 사건을 일으킨 직원들의 상관인) 김남수 3차장 책임론이 내부에서 거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파장이 잦아든 이후 국정원장을 포함해 이번 사건 책임자인 3차장 인사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은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국정원장 인선은 집권 후반기 여권 내 권력구도 전체를 고려해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어서 이 대통령이 선뜻 교체를 결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