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특사단 숙소 침입 파문] 경찰 ‘미적’… 정부 시인할 때까지 시간 끌기?
입력 2011-02-23 18:10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사건 현장의 선명한 CCTV 화면을 확보했음에도 용의자 신원 파악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CCTV 분석과 지문 감식, 관련자 조사 모두 지지부진하다. 이미 국가정보원 소행으로 굳어진 상황이지만 정부가 공식화할 때까지 수사하는 시늉만 내면서 시간을 끄는 듯한 모양새다.
사건이 발생한 소공동 롯데호텔 관계자는 23일 “지난 21일 경찰에 추가로 제출한 CCTV 자료는 여러 층에서 촬영된 것이어서 침입자들의 모습이 가깝게 찍힌 화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 넘긴 19층(사건 발생지역) CCTV 자료와 달리 침입자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화면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남대문서 측은 “추가로 확보한 자료의 화질은 처음 입수한 것과 똑같고 보정하지 않으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의혹 해명의 열쇠인 CCTV 화면 공개 여부에 대해선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범규 남대문서장은 “공개하면 호텔의 CCTV 위치와 선명도가 알려지는데 그 경우 사람들이 오려고 하겠느냐”며 호텔의 피해를 우려했다.
경찰은 당초 사건 목격자 등을 불러서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소환 대상과 일정을 잡지 못했다. 23일 오전까지 호텔에서 10명 미만의 직원을 상대로 탐문조사만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사건 당시 19층에 있었던 여자 청소부를 22일 만나 조사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 호텔에 국정원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객실이 1000개가 넘는데 어떻게 그런 것까지 확인할 수 있겠나”고 했다.
경찰은 용의자 신원 파악에 중요 단서가 될 지문 감식도 뒤늦게 시작했다. 17일 새벽 특사단의 노트북PC에서 지문을 채취한 뒤 나흘이 지난 20일 저녁이 돼서야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감식을 의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