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한국업체 직원·가족 표정… 비자발급 여의치않아 발 동동
입력 2011-02-24 01:43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업체 직원들의 탈출 행렬이 본격 이어지고 있다. 현지 공사 현장의 피해가 속출하고 유혈충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근로자들의 신변보호 차원에서 현장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23일 국토해양부 및 코트라에 따르면 데르나 지역에 있는 원건설 직원 52명을 포함해 네팔 등 제3국인 근로자 1500여명은 트럭 등을 이용,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향하는 중이다. 앞서 리비아 주택공사 ‘HIB’가 발주한 공사의 감리 업무를 수행하던 공간 그룹 임직원 9명이 육로를 통해 48시간 만에 이집트로 탈출했다. 이들은 치안 부재 상태에 빠진 리비아 현지를 벗어나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일부 업체 직원 및 가족들은 비자 발급 등이 여의치 않아 출국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한건설 관계자는 “최소 인원만 남기고 철수하기로 확정했지만 비행기가 없고 출국 비자를 못 받았다”면서 “비자 없이 나가면 재입국이 안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리비아는 이례적으로 출국 때도 별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며, 이를 무시하면 재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건설사 직원들은 현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행기편도 없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업체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만 트리폴리 등 3곳에서 국내 업체 공사 현장에서 차량 및 장비가 탈취되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수도 트리폴리 남서쪽 150㎞ 지역의 이수건설 젠탄 현장에 주민 30여명이 침입, 건설장비 3대와 차량 3대를 빼내 달아났다. 대한통운 자회사인 ANC가 수행하는 주메일 대수로 공사 현장에도 현지 주민들의 침입으로 컴퓨터와 집기 등 기물이 파손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