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큰소리’ 카다피, 믿는 구석 뭐길래… 핵심 보안군 아들들이 장악
입력 2011-02-23 18:22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2일(현지시간) ‘피의 보복’을 천명했다.
카다피는 국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나는 리비아를 떠나지 않고 내 조국, 내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겠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선전포고인 동시에 사실상 내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카다피는 75분간의 연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시위대와 싸워 거리를 되찾으라”고 호소하는 한편 시위대를 ‘쥐’로 비유하며 “쥐들을 잡으라”고 촉구했다. 이어 “무아마르 카다피는 혁명의 지도자이고, 무아마르 카다피는 공식적인 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 물러날 수도 없다”면서 “무아마르 카다피는 영원한 혁명의 지도자”라고 퇴진을 거부했다.
갈색으로 된 긴 옷차림에 터번을 쓴 카다피는 1980년대 미국의 폭격으로 파손된 트리폴리 관저의 한 건물 앞에 서서 비장한 모습으로 원고 없이 연설을 했다. 수시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연단을 내려치기도 했다.
카다피가 큰소리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안군을 그의 아들들이나 핵심 측근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외국기자 입국 금지, 인터넷 차단 등을 통해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점도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무기로 아프리카 각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도 그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카다피가 혼란을 극대화시켜 리비아를 20여년간 내전 중인 소말리아처럼 무정부상태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