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다움’ 민걸 목사, 한 장소서 5∼10개 교회가 더부살이 하며 팀목회 실험
입력 2011-02-23 18:02
교회다움 민걸(62) 목사는 교회의 쇠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직접 대안이 되고자 목회 일선에 뛰어들었다. 5년 전이다. 30년간의 은행 근무를 마감하고 서울 명동의 한 초라한 지하 건물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그가 교회다움의 창립정신으로 내건 모토는 ‘소형다교회주의’. 서울 시내 빌딩마다 작은 교회를 세우자는 것이다.
“물리학 관점에서 보면 바위의 에너지양은 자갈로 만들었을 때의 에너지 총량보다 적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교회보다는 작은 교회가 여러 개 있을 때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여평 되는 조그만 공간에서 13개 단체와 5개 교회가 더부살이를 했다. 주중엔 단체들이 나눠서 쓰고, 주일엔 교회들이 시간대를 달리해 예배를 드렸다. 작은 단체와 교회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것이다. 그중 2개 교회가 독립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돈이나 장소가 있어야만 목회를 할 수 있다는 통념도 깨졌다. 비슷한 시기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예배를 드리거나 카페, 심지어 길거리에서 예배드리는 교회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민 목사는 이를 통해 한국 교회 희망의 싹을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청량리에 두 번째 교회다움을 창립했다. ‘교회다움 명동’과 비슷한 사이즈지만 예배 공간과 사무실까지 갖췄다. 10개 교회가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10개 교회가 한 사무실을 쓸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게 민 목사의 판단이다. “한 사무실에서 10개 교회는 자연스럽게 정보 교환과 협력을 하게 됩니다. 공동 사무실을 염두에 둔 목회자들이기에 개교회주의보다는 ‘같이 살자’는 의식이 많을 겁니다. 그럴 경우 교회연합체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가시화될 경우 신촌이나 강남,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교회가 일어나리라고 봅니다.”
교회 이름에서도 풍기듯 교회다움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교회다. 교회다움이 지향하는 팀목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다움은 목회 담당 외에도 예배,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교역자 8명을 따로 뒀다. 특히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세학교, 사무엘학교, 새미준학교로 나눠져 있다. 각 학교 담당교역자들도 평신도, 목회자 가리지 않고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사람들로 올해 새로 뽑았다. 민 목사의 역할은 교회를 대표하고 사역을 조정하는 것, 그리고 교역자들의 사례비를 책임지는 것이다. 교회다움의 재정원칙은 호봉이나 직급제가 아니다. 교역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 주자는 것이다. 교회다움의 주일 평균 출석 성도는 40여명. 사례비가 채워질 리가 만무하겠지만 민 목사는 “교회다움 청량리 소식을 듣고 모르는 사람들이 전화를 해 후원하겠는 경우가 많다”며 “금년 들어 교회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 교회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교회다움은 주중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새벽예배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만큼 가정이나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의 본분을 더 감당하라고 강조한다. 다만 주일 오후 2시간 동안 기본 신앙훈련과 전문 신앙훈련을 시킨다. 전문 신앙훈련으로는 현재 CEO 학교를 열고 있다. 앞으로 사회 내 가장 영향력 있는 9개 영역인 정치, 경제, 종교, 언론, 교육, 가정, 과학기술, 환경, 대중문화로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세계를 리드할 인재들을 양성하겠다는 게 민 목사의 야심찬 계획이다. 그는 허허롭게 웃으며 다음과 같은 자신의 바람을 피력했다.
“늦깎이 목회자인 제게 무슨 야망이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먼저 시행착오를 범해 놔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먼저 미답의 처녀림을 치고나가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트랙터를 끌고 들어올 것이고, 결국 나중엔 아스팔트가 깔리고 길이 놓여지게 될 것 아닙니까.”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