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나간 경찰…마약 용의자 협박에 굴복

입력 2011-02-23 00:29

마약 투여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50대 남성이 소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자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협박해 경찰로부터 수백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무마에 급급해 이런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사상경찰서 소속 형사 2명은 지난 17일 오후 11시40분쯤 부산 대연동에서 이모(50)씨와 정모(45)씨를 마약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려고 했다. 정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도주했고 경찰은 가스총을 발사하며 뒤쫓았다. 이씨는 잠시 경찰 추적을 따돌렸으나 18일 오전 부평동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소변검사를 실시했으나 마약을 투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씨를 풀어줬다. 이씨는 체포 과정에서 다쳤다며 치료비 수십만원을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100만원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이후에도 이씨는 언론에 알리겠다며 협박, 경찰로부터 500만원을 추가로 받아 챙겼다.

달아난 정씨도 지인 등을 통해 “가스총을 맞아 한쪽 눈이 멀게 생겼다.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경찰에 전화해 2억원을 요구했다. 뒤늦게 정씨 추적에 나선 경찰은 22일 오후 부산지검 인근에서 마약판매 혐의 등 기존 수배 건으로 정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수로 일어난 일이며 부적절하게 대응한 점을 인정한다”며 “정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하고 이씨도 협박 혐의 등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