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리비아] 공항 사실상 폐쇄… 교민 철수 어려움
입력 2011-02-22 23:49
외교통상부는 리비아 현지 교민을 모두 철수시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실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리비아의 독특한 출입국 관리 시스템이 문제다. 리비아는 입국뿐 아니라 출국 때도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합법적인 출국을 위해서는 출국사증이 있어야 하지만 22일 현재 1410여명의 교민 중 건설사 직원 가족 100여명만 이를 소지하고 있다.
물론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이와 상관없이 전세기 등으로 교민들을 이동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이 경우 현지 진출 건설사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지 건설사들은 향후 리비아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심각한 인명 피해가 없는 이상 철수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업체는 리비아에 직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진출 건설사들이 리비아 현장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면서 “일부는 과거 유사 사례에서 현장을 지켜야만 나중에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직원을 더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수도 트리폴리마저 공항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에서 교민 이송을 위한 특별기 운항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당장 이날 리비아로 떠난 조대식 주 리비아 대사도 항공편이 없어 인접국 튀니지로 이동한 다음 육로를 통해 리비아로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외교부는 일부 유럽 국가처럼 배편으로 교민을 철수시키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현지 통신마저 마비돼 외교부도 현지 공관 직원과 외교 전문(電文)으로 상황을 주고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 파견키로 한 정부 신속대응팀은 위성전화 3개를 별도로 구입할 예정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지 직원들은 자체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부는 3∼8명씩 조를 짜서 안전한 리비아 고용원의 집에 머무르고 있고, 소규모 건설 현장 직원들은 대형 건설 현장 숙소에 합류한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지지기반이 강한 지역에서도 민심이 이반되는 등 권력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전체 교민 철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