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리비아] “유혈진압 중단을” 국제사회 비난 고조
입력 2011-02-23 00:25
美·EU 이어 ‘동병상련’ 이란·하마스 등 아랍권까지 나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물론 아랍권 국가들까지 리비아 정부의 유혈 시위 진압을 일제히 비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용납할 수 없는 유혈사태가 더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리비아 정부의 강경 탄압을 비판했다. 클린턴 장관의 언급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다. 클린턴 장관은 “국제사회가 리비아 사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폭력사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리비아 정부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같은 보편적 권리를 존중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전화 통화를 갖고 폭력적 진압 중단과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리비아 정부에 “폭력적 시위 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양측의 자제와 포괄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리비아인 주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쿠웨이트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2일 “탄압이 아닌 개혁이 안정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이슬람조직인 이슬람회의(OIC)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 시민을 상대로 한 과도한 공권력 동원에 강한 비난을 표명한다”며 “억압을 중단하고 시위대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도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요구를 모르는 척하는 것은 실수”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정파 하마스는 “카다피 체제가 평화롭게 시위하는 국민에 가한 억압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도 이번 대량학살을 비난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이란마저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투기를 동원해 시위대와 민가를 공격하고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리비아 민중봉기는 중동에 퍼지고 있는 이슬람적인 자각의 발로”라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