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파문] 침입 일당 4인조 인듯 남성 1명은 감시조 역할… 경찰, CCTV 보정작업

입력 2011-02-22 21:59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던 일당이 기존에 알려진 3명이 아니라 4인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정원 3차장 산하 산업보안단 실행팀으로 알려진 남녀 3명이 침입할 때 또 다른 남자 1명이 감시조 역할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사건 발생 당시 소공동 롯데호텔 19층에 있다가 특사단으로부터 노트북PC 도난에 관해 항의를 받은 인물의 행적이 수상하다”고 말했다. 당초 호텔 직원으로 추정됐던 이 인물은 특사단 방인 1961호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특사단이 이 사람에게 항의한 뒤 2∼3분 만에 침입자 2명이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돌려준 점도 의혹을 더한다. 경찰은 이 사람이 국가정보원 소속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기관 요원은 압박할 수 있는 정확한 물증이 없으면 수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증거를 축적한 뒤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CCTV 녹화영상을 호텔로부터 넘겨받아 보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길이 40m인 롯데호텔 19층 복도 구조, 양 끝에 1대씩 설치된 CCTV 성능 등으로 볼 때 카메라가 얼굴을 선명히 포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보통 6㎜렌즈를 사용하는 복도용 CCTV는 얼굴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6m에 불과하고 촬영거리가 15m를 넘어가면 피사체가 흐려진다. 괴한들이 복도 양 끝에서 15m 이상씩 떨어진 가운데 10m 범위에서 주로 움직였다면 CCTV에 잡힌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괴한들이 노트북을 훔쳐 잠시 숨었던 비상용 계단은 10m 이상 떨어진 범위 안에 있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부에서 호텔 측에 입막음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21일 오전 내부 회의에서 “이 사건은 호텔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밖으로 정보를 절대 유출하지 말고 경찰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천지우 강창욱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