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백성희·장민호씨, 자신들의 이름 딴 극장 개관작품 주연으로 출연 ‘80代 연기’ 보여준다

입력 2011-02-22 20:13


원로배우 백성희(86) 장민호(87)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극장의 개관작품에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백씨와 장씨는 국립극단이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하는 ‘3월의 눈’에서 호흡을 맞춘다.

22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살아서 이렇게 큰 영광을 맞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종문화회관, 남산드라마센터 등 굵직한 공연장 개관 공연 때 주역을 맡았던 장씨는 “마음의 끈을 바짝 조이고 모든 분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 중”이라며 “딱딱한 연극이 아니라 환영받는 연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믿어주길 바란다”고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백씨는 “60년 넘게 연극을 했는데도 굉장히 긴장된다. 내 이름을 건 극장이어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백씨는 “특별히 관리하는 것은 없다.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매일 신체적인 훈련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건강관리가 되는 거 같다”면서 “더 이상 대사를 못 외우게 될 정도로 기억력이 떨어지면 무대에서 내려와 후배들 뒷바라지를 하려고 한다”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장씨는 “나는 첫 출발부터 주연배우로 발탁이 돼서 운 좋게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해방 직후 어려운 시기에도 방송활동을 해 생활도 보호를 받으면서 연극을 할 수 있었다”면서 “내가 시작할 때는 연극에 관련된 학교나 학원이 전무했다. 지금은 열심히만 하면 좋은 연극인이 될 수 있다”고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수십년간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지만 이번 무대에 서는 마음가짐은 초심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백씨는 “오래하다 보면 상대의 장단점을 다 알아서 호흡이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안 그렇다. 오히려 잘 알기 때문에 그걸 피해가는 연기기술이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하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3월의 눈’은 장오와 이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모습과 그 안에 녹아 있는 삶의 깊이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 배삼식씨는 “명동 어느 오래 묵은 밥집에서 두 분을 처음 뵈었을 때 반사적으로 하나의 영상을 떠올렸다. 볕 좋은 어느 집 툇마루 고즈넉한 빛 속에 두 분을 앉혀드리고 싶었다”고 작품을 쓴 동기를 말했다. ‘3월의 눈’은 두 사람의 개인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녹여내는 일대기 형식은 아니다. 배 작가는 “두 분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다. 두 분에 대한 최대한의 경의는 극중 배우로서 무대에 서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