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호령하는 남자, 당신을 증거하게 하소서… 남편을 깨운 아내의 기도

입력 2011-02-22 21:01


프로농구 창원 LG 강을준 감독 부인 이유진 집사

지난달 25일 한국프로농구 창원 LG는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결정적 오심으로 한 골차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했던 한판이었다. 그날 경기를 지켜본 창원 LG 강을준 감독의 부인 이유진(40·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집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펜을 잡았다. 많이 속상하고 지쳐 있을 남편을 위해 정성껏 편지를 썼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불평하지 말자, 생명나무를 붙잡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는 내용이었다.

강 감독은 초보 신앙인이다. 아주 가끔 이날처럼 이해하지 못할 일을 겪고 나면 “하나님이 초신자 기도는 다 들어주신다고 했는데, 혹 안 계신 거 아니야”라며 불만을 전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 집사는 고난 뒤에 오는 축복에 대해 남편에게 얘기한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부모 자식과 같아요. 자녀가 해 달라는 것 다 들어주는 부모가 어디 있어요? 때론 혼도 내면서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게 부모잖아요. 지금 하나님은 더 큰 것을 주시려고 우리가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고난을 주시는 겁니다.”

농구선수 출신인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2000년 결혼했다. 이 집사는 전 여자실업팀 SKC 선수 시절 선배였던 임지희 선수의 권유로 처음 신앙을 갖게 됐다. 임 선수는 은퇴하기 전까지 이 집사를 비롯해 후배 선수들을 모두 교회로 이끌 정도로 전도의 여왕이었다. 그들은 숙소에서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면서 믿음을 키웠다.

한번은 국민은행의 조문주 선수가 유니폼에 십자가를 새기고 뛰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 집사도 팀내 크리스천 선수들과 함께 유니폼에 직접 십자가를 수놓았다. 그리고 경기에서 지든 이기든 코트 중앙에 모여 함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이에 대해 구단에 항의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럴 때면 이 집사는 “우리 선수들은 기도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맞섰다. 이런 믿음 때문이었을까. 1995년 삼성과의 챔피언전에서 내리 두 번을 지고 세 번을 연속 이기며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 집사는 이런 체험적 신앙을 남편도 경험했으면 하고 바랐다. 결혼하면서부터 남편의 구원을 위해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며 간구했다. 그의 기도에 새에덴교회 성도들도 힘을 보탰다. 그러다 이 집사가 용기를 냈다. 2008년 송구영신 예배 때 조심스레 남편에게 “교회에 가자”고 제안한 것. 그런데 그간 꿈쩍도 않던 남편이 선뜻 따라나서는 게 아닌가. 이 집사는 남편과 함께 처음 예배를 드리긴 했지만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었다. 두 손을 들고 통성기도를 하거나, “아멘”이라고 크게 외치면 싫어하지 않을까 남편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한낱 기우였다.

“인간적인 생각이 앞섰던 것 같아요. 남편이 어찌나 아름답게 예배를 드리던지…. 아멘도 잘 따라하고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목사님에게 안수기도도 받았습니다. 약속의 말씀카드도 직접 뽑았고요.”

그날 강 감독을 처음 본 소강석 목사는 다른 성도들보다 훨씬 길게 축복기도를 해줬다. 또 주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문자를 보내 격려했다. “목사님께서 일부러 전화까지 주시며 남편을 챙겨주셨어요. 목사님과 성도님들의 특별한 관심 때문에 남편이 교회에 빨리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 LG는 6위를 지키고 있다. 20일에는 선두 KT를 완파하고 6강에 진입했다. 시즌 내내 새벽기도로 강 감독을 응원하고 있는 이 집사는 남편이 ‘간증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올해는 강 감독에게 ‘거룩한 부담’도 안겨줄 계획이다. “그동안 전지훈련, 경기 등으로 바빠 미뤘던 집사 직분을 받게 할 겁니다. 세례도 받아야지요. 분명 주님을 증거하고 영광을 돌리는 해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