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국가 사우디·오만 ‘폭풍전야’
입력 2011-02-22 18:42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왕정 국가에도 민주화 바람은 불어닥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절대군주제 또는 입헌군주제인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요르단 모로코 등이다. 사우디의 알 사우드 왕가는 1932년부터 80년 가까이 통치해 왔다. 오만은 1744년 등장한 알 부사이드 왕가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이들 왕정 국가는 대부분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왕족 일가가 정부의 주요 보직을 나눠가지고 있다. 사실상 독재 권력을 휘둘러 온 것이다. 정치적 자유에 관한 국민의 불만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보조금을 제공해 잠재워 왔다. 현재까지 반정부·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왕정 국가는 바레인 모로코 등 일부다. 하지만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이들 왕정국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영국 더럼대 중동정치학과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 교수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중동의 국왕들은 주변국 혼란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겠지만 더 이상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을 주목했다. 두 나라 국민 상당수가 가난한 데다 시민권도 박탈돼 ‘왕조 없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UAE도 현 집권세력인 아부다비가(家)를 상대로 한 반정부 시위가 준비 중이다. 데이비드슨 교수는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비교적 민주화돼 있고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바레인은 21일 오후(현지시간) 진주광장에 최대 인파인 2만명이 모이는 등 시위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바레인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은 유화책으로 반대 세력인 시아파 수감자들의 석방을 명령했다. 다음달 바레인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시즌 개막전은 호주 멜버른으로 옮겨 치러진다.
예멘에선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시위대 규모는 커지고 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