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강력한 진동… ‘정원 도시’ 순식간에 폭삭
입력 2011-02-23 00:34
뉴질랜드 강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2일 낮(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피해 상황=낮 12시51분 발생한 지진으로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지진은 약 1분간 강력한 진동을 발생시키며 건물을 주저앉혔다. 사람들이 도심 건물에서 한창 활동하는 시간이어서 피해가 컸다. 켄터베리TV 건물에서 겨우 피신한 피프 램비(여)는 뉴질랜드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건물이 무너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복도 끝의 방에 있어 겨우 나올 수 있었다”며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은 2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건물 8~9동이 무너졌고 심하게 손상된 건물도 많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일본인 교환학생 최소 2명이 무너진 건물에 갇히고 11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버스 2대가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깔리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상·하수도관이 터져 도심 여러 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관광객 사이에 유명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첨탑도 땅바닥에 처박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지진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90㎞ 떨어진 곳에 있는 태즈먼 빙하를 흔들 정도로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태즈먼 빙하는 길이가 27㎞이고, 무게는 3000만t에 이른다.
◇피해 큰 이유와 구조 활동=지진학자들은 지난 9월 지진 때에 비해 피해가 더 큰 이유로 “진앙지가 도심과 지표면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번 지진은 도시에서 약 40㎞ 떨어진 곳의 지하 약 10㎞에서 발생한 반면, 이번엔 도시에서 5㎞ 떨어진 곳의 지하 4㎞가 진앙지였다.
지진학자들은 이번 일이 더 파괴적 지진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센트럴 퀸즐랜드대 케빈 매큐 교수는 “이번 지진으로 호주 태평양 구조판 사이 경계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계에 걸터앉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물들을 돌며 생존자를 찾는 활동 속도가 느려졌다. 미국과 호주 연방정부는 피해 복구를 위해 긴급구조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밥 파커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시민들에게 “운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