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수도 장악… 카다피 “항복하지 않을 것”
입력 2011-02-23 02:23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42년 철권통치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는 사실상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했고, 부족장·군부·고위공직자마저 등을 돌렸다. 카다피의 퇴진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군용 제트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한 리비아 정부의 강경진압에 맞서 반정부 시위대가 무장하면서 리비아 사태는 사실상 내전 상황이 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20분 간격으로 수도 트리폴리 일대에서 전투기 폭격이 가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시위대 초토화 작전에 들어선 것 같다”고 22일 보도했다. 21일에만 최소 61명이 숨졌고, 리비아 소요사태로 인한 사망자수가 600명을 넘어섰다고 이슬람권 사이트인 온이슬람넷이 전했다.
카다피는 22일 오후 6시쯤(현지시간) 국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에서 “리비아는 우리의 자랑스런 국가이며 우리의 피로 지켜낸 나라”라며 “나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무슬림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지금까지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사용하겠다”며 “나를 지지하는 국민을 위해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흘려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명에는 희생이 따른다. 나는 전사이고 투쟁가다. 그동안 미국에도 나토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은 내전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앞서 그는 22일 새벽에도 국영TV를 통해 “나는 트리폴리에 있다”고 망명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일부 장교와 외교관, 각료가 시위대 편으로 돌아서는 등 카다피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리비아군 장교 일부는 21일 동료 장병들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국민의 편에 서서 카다피 제거를 도와야 한다”며 “남은 장병들은 트리폴리로 진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관의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도 이날 CNN에 카다피의 대량학살을 비난하면서 그의 조속한 사임을 촉구했다. 그는 “카다피를 전쟁범죄자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외교통상부도 리비아 교민 철수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1410여명의 현지 교민 중 출국사증을 갖고 있어 항공편으로 국외 이동이 가능한 100여명에 대해 자발적인 출국을 권유하고 있다. 나머지 인원에 대해선 출국사증 신청을 권고했다. 외교부는 20일(현지시간) 자위야시 신한건설 습격 사건에 이어 20~21일 트리폴리 인근 4개 한국 업체 건설현장에 현지 주민이 난입해 차량 등 물품을 탈취해 갔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2·3면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