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파문] 조용한 印尼 왜?… 경협 확대 속 외교분쟁 땐 ‘득보다 실’ 판단한 듯

입력 2011-02-22 18:35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특사단 숙소에 국가정보원 요원이 침입했다는 의혹을 덮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부총리급)은 “(이번 사건은) 오해”라고 말했다고 인도네시아 일간지 자카르타글로브가 22일 보도했다. 라자사 장관은 “호텔 방에 들어온 낯선 사람은 기밀사항이 없는 노트북을 가져갔다”면서 “그 사람은 2061호에 묵었는데 우리 방인 1961호에 잘못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로 지워진 데이터가 없고 복사됐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국방장관도 “아무런 군사 분야 데이터도 도난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기밀을 소홀하게 취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전이 벌어지는 타국에 나가 숙소 보안을 허술하게 했고, 그 결과 일시적이지만 노트북을 괴한의 손에 넘겨주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양국 협력 기조를 깨는 것을 부담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군사 분야 외에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과 외교 분쟁을 해 봐야 득 될 게 없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서로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측 움직임을 지켜본 뒤 후속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도네시아에 국산 고등훈련기(T-50)를 판매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후에도 충분하며, 이번 사건을 이용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T-50 구매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부 평가 단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민감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