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파문] 인지 시점 거짓말 왜?… 국방부, 112 신고로 사건 ‘의도적 공론화’ 가능성

입력 2011-02-22 18:29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이 불거진 배경에 국정원과 국방부, 나아가 여권 내 TK(대구·경북)와 비TK 라인의 세력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방부가 사건을 인지한 시점이 주인도네시아 국방무관이 경찰에 신고한 시각보다 훨씬 앞서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는 기무사를 통해 16일 오후 6시쯤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있었다. 국방무관이 5시간 뒤 사건을 신고하면서 통화기록이 공식적으로 남게 되는 112를 이용했다는 점 때문에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국방부는 그동안 사건 다음날인 17일에서야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했다가 사건 이틀 뒤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해명을 번복하기도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추론이 사실이라면 군은 왜 사건 공론화를 시도했을까. 이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22일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난해 말 군 정보기관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가능성을 8월에 감청했고 이를 이명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뒤 국정원과 군이 갈등을 빚어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따라서 군 내부 등 원 국정원장을 비토하는 세력에서 이번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반격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국익을 위해 일을 하다가 빚어진 문제”라며 “개인적으로 국방부나 국정원 간 알력에서 빚어진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불거진 게 단순히 국정원과 국방부 간의 알력 차원을 뛰어넘는 여권 내부 핵심 세력 간 헤게모니 싸움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내부에 정통한 한 고위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원 원장과 TK 출신 여권 핵심 실세 의원 간 파워게임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그는 “원 원장이 그동안 국정원 내 핵심 실세 의원 라인을 상당 부분 쳐냈는데 여기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정보를 흘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정보위 한 관계자는 “사건 공론화에 TK 출신 군 고위 인사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두 세력 간 알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정황에 따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