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현정은 화해 무르익는다… 현대그룹 ‘현대건설 MOU’ 재항고 취소
입력 2011-02-22 22:36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22일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채권단을 상대로 낸 현대건설 매매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 재항고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 회장이 현 회장의 현대그룹 경영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현 회장과 화해를 원하고 있는 데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범현대가(家)의 화합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현대그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채권단과 현대차그룹 간에 현대건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구체적이고 합의 가능한 화해 제안이 현대그룹에 공식 접수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입찰 절차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차례 화해 제안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구체적인 제안은 전혀 없었다”면서도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구체적 제안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 재항고를 포기함으로써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화해의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즉각 환영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화합과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상호 신뢰하에 지혜롭게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의 실질적인 화해는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보유 지분(7.8%)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지주회사로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그룹 안팎에서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차그룹이 양도하거나 다른 곳에 위탁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면 본격적으로 화해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의 화해 분위기는 다음 달 21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행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범현대가 기업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이번 행사에 현대그룹이 참석한다면 두 회장의 화해 무드는 더욱 탄력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준비하는 범현대가 기업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 현대해상, 아산재단 등이다. 행사를 총괄하는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정 명예회장을 기리는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사진전’과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