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發 고유가 충격… 세계 경제 ‘苦苦’
입력 2011-02-22 18:24
리비아 정정불안은 이집트 사태와 달리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외 경기에 치명타를 안겨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두바이유가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배럴당 100달러를 뚫고 올라감에 따라 정부의 ‘물가와의 전쟁’을 무색하게 만들어 경제운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흥국에 국한됐던 인플레이션 충격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동해 모처럼 회복국면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2차 후유증…더블딥 오나=현대증권은 22일 ‘리비아 불안이 확산된다면…’이란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8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시위사태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봉쇄 정도를 벗어나 직접적인 원유 공급충격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시점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해 신흥국에 이어 선진국 물가 불안이 본격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2차 후유증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다.
1차 후유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책으로 내놓은 전 세계적인 재정·금융 완화책으로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로 나타났다. 그런데 2차 후유증은 과도한 유동성이 상품투기 수요를 유발해 신흥국 곡물가 가격 상승(애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튀니지·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고 급기야 리비아로 그 불똥이 튀어 국제유가 폭등으로 이어진 것을 말한다.
국제유가 폭등은 물가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비중이 높은 선진국엔 치명타다. 선진국 인플레 압력 상승은 미국과 유럽 간 통화긴축을 둘러싼 마찰을 유발해 유로화 가치가 급상승했던 2008년 중반처럼 국제 원유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자칫 인플레 2차 후유증으로 세계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퇴양난 빠진 우리 경제=연초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기업들을 압박했던 우리 정부는 기로에 섰다. 지금까지는 정유회사들의 국제유가 원가와 공급가의 차이를 좁히는 압박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리비아발 두바이유 가격 폭등은 정부가 나서서 관리할 범위 밖에 있어 정유업체 압박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의 변동은 ‘불가항력적인 외부 변수’라고 항변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국내 정유 4사는 기름값 인하 압박에 지난주 난방용 등유 가격을 ℓ당 50원 정도 내렸지만 국제유가가 올라가면서 이 조차도 무색해졌다는 표정이다.
국제유가 폭등에다 안전자산 선호현상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까지 급상승하고 있어 수입물가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은 14.1%로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소비자물가는 4.1% 상승해 한국은행의 관리범위를 벗어난 상태다.
특히 저물가 정책과 함께 5%대의 고성장을 표방해 온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상품수요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휘발유 가격 급등은 미국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영향을 덜 받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두바이유를 따라올라 금융위기 수준인 105달러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상황이 정말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또 고유가 상황이 길어지면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경제성장 회복 속도를 앞질러 상승하고 있어 국내총생산(GDP)에서 유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는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동훈 박재찬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