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뱅크런 진정국면 접어드나
입력 2011-02-23 00:39
인출규모 절반으로 줄어… 강원 도민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예금 인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업계 전반에 퍼져가던 도미노 현상이 잦아드는 추세다. 하지만 강원도 ‘도민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로 22일 사상 초유의 자체 휴업을 선언하고, 금융위원회가 해당 저축은행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닌 상황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로써 영업정지 조치가 끝났다”고 단언했지만 믿음이 사라진 저축은행들은 제각각 살길을 찾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금 인출 한숨 돌려=금융당국에 따르면 영업정지된 7곳을 제외한 98곳 저축은행의 예금 인출액은 이날 2200억원으로 전날인 21일 4900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예금이 순유입된 곳도 전날엔 2곳에 불과했지만 19곳으로 늘었다. 부산지역 저축은행 10곳의 예금 인출 규모도 360억원으로 전날 875억원이 인출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을 약간 넘은 수준으로 줄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은행들도 인출규모가 감소했다. 전날 대주주인 한화그룹이 300억원을 유상증자키로 한 새누리저축은행은 인출액이 160억원에서 110억원으로, 예쓰저축은행은 16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다. 예금주들의 불안감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옥석가리기가 효과를 보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전날 우리저축은행이 있는 부산에 이어 이날 전남 목포로 달려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 시장은 크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한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부실을 초래한 저축은행 대주주의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하고 있다”며 “사실 정부는 관리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부실 저축은행을 처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강원 도민저축은행 영업정지=하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 5% 미만 은행으로 지목된 도민저축은행은 예금 인출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이날 휴업에 들어갔다. 17일 16억원에 이어 18일 115억원, 21일 189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가자 예금 인출 사태를 진정시킨 뒤 BIS 자기자본비율 8%까지 증자를 마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날 오후 임시회의를 열고 도민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례없는 자체 휴업으로 예금자의 권리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부실도 심화된 상황”이라며 “다음날 영업을 재개해 개인당 500만원 내에서만 예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예금자와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에 이어 모두 8곳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일각에서는 영업정지 은행이 늘어난 것이 정부가 ‘BIS 비율 5% 미만’ 저축은행들의 이름을 거론해 예금인출 사태를 촉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도민저축은행의 자체 휴업 결정도 정부의 허술한 대처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BIS 비율 5% 미만인 저축은행 5곳을 공개하고 이 중 3곳(새누리, 우리, 예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런 설명도 달지 않았던 보해는 21일 결국 문을 닫았고 도민저축은행도 휴업 선언에 이어 영업정지를 당했다. 결국 ‘블랙리스트’는 모두 정리된 셈이지만 저축은행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고 한탄했다. 정부도 블랙리스트 발표를 앞두고 고민은 있었다. 그러나 형평성 여부를 따지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했다는 평가다.
이에 저축은행은 나름대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저축은행도 대주주인 우신종합건설이 12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까지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경남은행에서 채권 양도를 통해 500억원을 수혈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