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 전직 경제 수장들의 조언 “단기적 목표에 집착해선 안돼”

입력 2011-02-22 23:20

전직 경제 수장들은 현 정부에 남은 2년 동안 성장률 등 단기 목표에 매달리지 말고, 안정적인 경제 운용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선거 등 정치 일정을 의식하지 말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 정책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되 고용 창출, 지속적 성장동력 확충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어 현 정권에서도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성장률이든 물가든 목표치는 정할 수 있지만, 그것을 금과옥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안 되는 걸 하려고 하다보면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러 정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어떤 정부든 정권 초, 매년 초 여러 가지 현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만 실제로 다 이뤄지진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무엇을 이룬다는 것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는 지난 3년을 회고하고 추진했던 정책이 잘 가고 있는지, 앞으로 더 강력히 추진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과감히 포기할지를 분명히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집권 초기 얘기했던 7%대 성장 같은 공약은 잊어야 한다”면서 “임기 말기는 경제 운용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특히 “금리를 올리면 외화가 들어와 환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올 수 있고, 그것이 물가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기업 부담, 성장 등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정책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성장률 목표에서 빠져나와야 거시 경제 정책이 매끄럽게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여러 차례 “기본에 충실하자”고 주문했다.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의 어려운 점이 많지만, 너무 단기적인 목표나 성과 달성에 얽매이다 보면 근본적인 경제 운영 기조가 흔들리게 된다는 우려였다. 진 전 부총리는 물가 대책 관련, “물가 안정을 위해 심리를 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가격 통제로 시장 구조가 왜곡되면 성과도 없고 바로잡기 어렵다”면서 “지금 정부가 매달려야 할 것은 성장률 몇 %, 물가 상승률 몇 % 같은 목표치가 아니라 서비스업 선진화 등 지속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환위기 때 경제 수장이었던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정권 말기라고 해서 평시와 다르게 할 것은 없다고 본다. 경제는 늘 계속되기 때문”이라면서 시장 경제 흐름에 맞춘 자연스러운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강 전 부총리는 “인플레이션은 현재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고, 하나하나 나타나는 가격에 매달려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면서 “평소 해오던 정책을 어떻게 잘 지켜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재경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최대 주안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우리 경제가 출구전략을 쓸 시점이 됐는데, 금리 인상이 가계에 줄 충격을 수용할 수 있게 하려면 그 전에 일자리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말기는 다음 선거 등의 정치 일정이 있어 1∼2년 새 엄청난 실적을 내려는 시도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