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시걸 “마운드 오르니 심장이 무척 빨라져”… ML 스프링캠프 첫 여성선수 기록

입력 2011-02-22 17:59

22일(한국시간) 추신수(29)가 몸담고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 금녀(禁女)의 장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금발의 한 여자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곧이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배팅 볼(타자들의 타격 연습용으로 치기 좋게 던져 주는 공)을 던졌다.

여성으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훈련캠프에서 배팅 볼을 던진 선수로 기록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독립리그에서 여성 최초로 1루 베이스 코치를 지냈던 36세의 저스틴 시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날 함께 배팅 볼을 던진 매니 악타 클리블랜드 감독은 시걸에 대해 “아주 인상적이다. 시걸은 매우 훌륭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포심 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는 시걸의 공을 받은 포수 폴 필립스도 “매우 잘 던졌다. (여성스러운) 머리모양만 빼면 배팅볼 투수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벤트는 시걸이 메이저리그 각 구단 단장에게 직접 제안해 이뤄졌다.

시걸은 지난해 12월 단장들이 모이는 윈터 미팅에서 “스프링캠프에서 배팅 볼을 던질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클리블랜드의 크리스 안토네티 단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클리블랜드 출신으로 5살 때부터 야구를 한 시걸은 그동안 철옹성같은 남성 벽에 도전한 야구광이다.

고등학교 때 시속 110㎞가 넘는 공을 던지기도 했다는 시걸은 5개의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 팀에서 공을 던진 경험이 있고, 2007년부터 3년 동안 스프링필드대학에서 미국 야구 사상 최초로 여성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대학 코치로 일하면서 스포츠와 운동심리학 박사과정도 밟은 그는 2009년에는 독립리그 브록톤 록스의 1루 베이스 코치를 맡기도 했다. 여자가 남자 프로구단에서 코치로 나선 것도 당시 사상 처음이었다. 시걸은 또 남녀 구별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야구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마침내 이날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공을 던지겠다는 꿈까지 이룬 시걸은 “마운드에서 심장이 무척 빨리 뛰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해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시걸은 24일에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스프링캠프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배팅 볼을 던질 예정이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