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랍권 최악의 국면까지 상정해 대응해야
입력 2011-02-22 18:05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혁명이 이집트를 넘어 리비아, 이란 등 아랍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리비아는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등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환영할 일로 세계 각국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 다만 민주화 열기가 한꺼번에 분출됨으로써 야기될 혼란과 충격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원유가격 급등이다. 21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36달러를 기록, 2008년 9월 이후 30개월 만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 영향으로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어제 35.38포인트(1.76%)나 급락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9.50원이나 급등, 1127.60원에 마감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를 자칫 침체의 늪에 빠트리고 서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아랍권에 진출한 건설업체들도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대형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상당수 업체들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과거에도 두 차례 유가 파동을 겪었지만 최근 사태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리비아 외에 모로코, 예멘, 바레인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종국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왕정국가들까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일련의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일이다. 구제역 사태에서 보듯 초기의 안이한 자세는 기하급수적으로 피해를 확대시킨다. 위기대응 매뉴얼에만 의존하지 말고 최악의 국면까지 상정해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도 위기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