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본심 드러낸 ‘핵 참화’ 협박

입력 2011-02-22 18:04

김영춘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1월 말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에게 “이대로 놔두면 한반도에 핵 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편지를 보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김영춘은 “핵 문제는 조선과 미국이 만나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하기 위해 ‘핵 참화’ 협박을 했지만 핵무기 개발의 저의도 드러났다.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을 내뱉었던 북한이 이제 핵무기를 앞세워 훨씬 강도 높은 동족 살상극을 계획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제 북한 주민 사이에는 “핵배낭 하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김영춘의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 협박이 통하리라고 생각한 게 북한의 오산이다. 협박을 앞세운 제의에 대화의 전제 조건인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 북한은 올해 초 동시다발적 대화 공세를 벌이는 한편으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하 갱도 여러 개를 추가 굴착했음이 밝혀졌다.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성이다.

공식 외교 채널인 외무성을 제치고 군부가 앞에 나서서 고급 대화 제의를 하는 것은 적절한 외교 행위가 아니다. 2008년 김정일 발병 이후 군부가 정책 결정의 전면에 나서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모험주의로 치닫는 북한 군부가 그들의 협박대로 핵 무기에 손을 뻗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북한은 이달 초 남북 군사회담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했다. 그 후 대화 공세를 중단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입을 통해 “대화 파탄과 대결로부터 초래되는 파국적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추가 도발에 대한 강력한 암시다.

북한은 지금 대화냐 도발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 당국자는 두 차례 군사 도발을 한 북한이 좀 더 강도 높은 새로운 유형의 도발로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상륙훈련이며 이번 핵 참화 협박을 예사롭게 볼 수 없다. 북한의 군사 도발과 테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