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 지하수 오염 가능할까… 매몰지 내 온도 상승땐 대량 흘러들 수도

입력 2011-02-22 23:59


전문가들은 암반 대수층 지하수가 구제역 침출수로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부실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대량으로 유출되면 토양을 지나 암반 대수층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 해빙기를 맞아 매몰지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면 미생물의 분해 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침출수 발생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규모 돼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소는 소규모 매몰지가 많고 안락사한 뒤 배를 갈라 묻는 반면 돼지는 산 채로 많은 수를 한꺼번에 생매장한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돼지 매몰지는 규모가 크고 침출수 발생량도 많아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

토양층을 지난 침출수가 파쇄대(암반이 깨진 틈)를 만나면 암반 대수층 지하수로 흘러든다. 이 깊이의 지하수는 유동 속도가 매우 느리고 관정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한번 오염되면 관측되기도 쉽지 않고 정화시키기도 어렵다.

만일 침출수가 유출된 지역에 지하수를 끌어올리던 폐관정이 있다면 오염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완전하게 메우지 않은 관정은 지하수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매몰지 또는 축사 주변의 침출수나 오염물질이 막지 않은 관정을 타고 흘러내려 곧바로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중원대학교 김형수 교수(에너지자원공학부)는 “지하수와 지표수가 직접 접촉하거나 교환이 왕성한 일부 지역에선 지표수가 침출수로 오염될 경우 곧바로 지하수가 오염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하수는 땅 속 위치에 따라 암반 대수층 지하수와 충적 대수층 지하수로 나뉜다. 하천 주변에선 강물 깊이만큼 땅을 파들어 가면 모래 또는 자갈 틈으로 물이 스며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깊이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충적 대수층 지하수다. 하천 바닥보다 낮은 암반대에서 발견되는 지하수를 암반 대수층 지하수라고 한다. 보통 암반 대수층 지하수는 40~50m 이상 파 내려가야 찾을 수 있지만 지형에 따라 암반대가 낮은 곳도 있다.

학계에선 지하수의 순환속도를 약 33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빗물이 하천을 타고 평균 11일 만에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느린 속도다. 따라서 한번 오염되면 자연적인 정화를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구제역 사태로 인해 침출수가 지하수로 섞여들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