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호찌민시 휩쓰는 ‘건설韓流’… 지으면 랜드마크가 된다

입력 2011-02-22 18:54


(7) 베트남 발전 도우미 ‘GS건설’

승강기를 타고 오르자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현장 부지를 감싸고 도는 사이공강은 물론 북쪽으로 6㎞쯤 떨어진 중심상업지구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베트남 호찌민시의 랜드마크가 될 GS건설의 ‘자이 리버뷰 팰리스’ 아파트 현장. 하지만 섭씨 36도를 넘는 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회사 관계자들과 현지 인부들은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안전모와 작업복 사이 목덜미마다 비지땀이 흘렀다. 연말로 예정된 완공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다.

◇최고 품질로 건설한류(韓流) 이끈다=호찌민 자이 리버뷰 팰리스는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고급 빌라촌 안푸 지역에 지상 27층 3개동(270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현장을 찾은 지난 16일엔 26층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 144.70㎡부터 201.56㎡까지 4개 주택형에는 가전제품 등 대부분의 옵션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유치원과 야외수영장,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게스트하우스 등 최고급 부대시설도 갖춰진다. 3.3㎡당 7000달러를 넘는 고가지만, 한국식으로 꾸민 모델하우스를 찾은 외국인과 베트남 부유층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 분양률은 50%를 넘어섰다.

박봉서 베트남 법인장은 “후분양이 일반적인 베트남에서, 게다가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선분양으로 50%를 판매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주말에는 아파트 현장을 개방, 예비입주자 및 잠재고객에게 공사현황을 설명하는 등 현지에선 보기 어려운 고객관리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건설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점토질로 이뤄진 호찌민의 지반은 건물을 지으면 자연침하가 발생하는 연약지반이기 때문. 점토층에 가득한 물도 문제였다. 아파트가 세워지는 곳에는 70m짜리 콘크리트 파일을 박아 지반을 다졌지만, 파일이 없는 조경 부분에는 향후 5년 내 20㎝ 이상 침하가 발생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결국 수개월을 들여 점토층에서 물을 모두 빼내는 지반개량공사를 시행했다. 준공허가 등을 받기 위해 사안마다 많게는 수백장씩 내야 하는 서류 작업도 문제였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 시공능력과 현지 인력에 대한 철저한 품질교육 덕에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2008년 6월 착공 이후 지금까지 110만시간 무재해 기록도 세웠다. 박동근 현장소장은 “베트남 최고의 아파트를 시공, 한국과 한국 건설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인프라 발전에도 큰 도움=자이 리버뷰 팰리스는 GS건설이 2004년 베트남 정부와 체결한 BT(Build-Transfer) 프로젝트 계약에 따른 사업이다. 호찌민에 도로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토지소유권을 받는 프로젝트로, 당시 GS건설은 시내 5곳에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리버뷰 팰리스 외에 리버사이드 빌라(147가구) 건축, 미니 신도시(4700가구) 건설, 그랜드코트 주거·상업지구 및 투티엠 주거·상업지구 개발 등이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외국인투자 프로젝트인 호찌민 남부 냐베 신도시(1만7000가구) 건설, 구찌 골프장 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는 시 당국이 발표한 ‘호찌민 2025 마스터플랜’에 맞춰 추진될 예정이다. GS건설로서는 10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해놓은 셈이다.

대신 GS건설이 짓는 TBO도로 공사도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굉음과 함께 연약지반에 콘크리트 파일을 박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역시 침하를 막기 위한 것이다. TBO도로는 탄손넛 국제공항에서 빈로이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수안히엡 교차로를 연결하는 총 연장 13.6㎞의 간선도로다. 최대 12차선에 시속 60∼80㎞로 설계돼 호찌민의 교통체증을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완공은 2014년 말 예정이다. 특히 TBO 도로 중간에 들어설 빈로이 다리는 베트남 최초의 닐슨 아치형 교량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닐슨 아치는 서울 서강대교 상판 위 구조물과 같은 것으로, 시 당국이 GS건설 측에 특별히 요청한 것이다.

TBO 현장 김윤배 과장은 “도심이다 보니 하수관로, 전기선 등 지장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하지만 시 당국이 조기개통을 부탁한 탄손넛 공항∼빈로이 다리 구간은 2013년 6월까지 개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GS건설은 최근 일본 스미모토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호찌민 지하철 1호선 프로젝트에 단독 입찰해 수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GS건설이 호찌민 인프라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호찌민=글 사진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