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상처입고 사는 삶 마음 열고 대화 할 영적 친구 있나요?

입력 2011-02-22 17:39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김영봉 지음/IVP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나도 아프고, 너도 아픕니다. 누구는 과거에 심히 아팠습니다. 지금 아픈 사람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아프지 않았고, 지금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면 앞으로 아플 것입니다. 협박이 아닙니다. 삶의 진실입니다. 이것이 소설 ‘오두막’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실입니다.”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된 윌리엄 폴 영의 소설 오두막을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소설 오두막을 ‘이야기로 푼 조직신학’이라고 말한다. 조직신학은 신학의 주요 주제, 예를 들면 하나님, 그리스도, 성령, 창조, 타락, 죄, 구원 등을 연구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다.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고통받는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가, 악이 편만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해 저자만의 따뜻한 시선과 쉬운 언어로 성숙한 믿음의 세계로 안내한다.

먼저 소설 오두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두막은 맥켄지 앨런 필립스라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다섯 살의 어린 딸이 유괴범에게 납치돼 인적 없는 오두막에서 비참하게 살해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슬픔’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우체통에서 발신인 주소도 없는 엽서 한 장을 받아든다. “맥켄지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그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까 같이 있고 싶으면 찾아와요. 파파.”

오두막이란 딸 미시가 살해된 곳이었고, ‘파파’는 아내가 기도를 할 때 하나님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는 친구의 지프를 빌려 혼자 오두막으로 향한다. 오두막으로 오라는 파파의 초대는 바로 치유의 길로 오라는 하나님의 초대였다. 오두막에서 하나님을 만난 맥켄지는 깊은 상처를 치유받는다. 그렇게 깊은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의 메시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의 오두막’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 오두막은 분노, 슬픔, 혼란의 숲 속 외진 길에서 나를 기다린다. 저자는 무거운 누비이불처럼 어깨를 두껍게 감싸고 있는 ‘거대한 슬픔’을 지닌 채 걷고 있는 영혼들에게 자신만의 오두막으로 가서 상처를 대면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깨어진’ 세상이며, ‘상처 입은’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진실을 안다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그 상처를 대면하고 누군가에게 내놓고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마음에 쌓아둔 상처는 나의 삶을 폭발시키거나 질식시킵니다. 마음을 열어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영적친구를 찾길 바랍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상처를 대면하고 보듬어 안고 씨름하는 것만으로 자동적으로 치유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깨어진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을 되는 대로 내버려 두면 상처가 나를 만든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상처가 나를 만들면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날카로운 칼날, 화살, 가시가 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위로부터 오는 은총을 입을 때 영혼의 상처는 비로소 아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용서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오두막 주인공 맥켄지가 품고 있던 거대한 슬픔은 다른 면으로 보면 그의 마음에 오랫동안 쌓여 온 깊은 분노입니다. 어릴 때 자신에게 고통을 준 아버지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둔 하나님에 대한 분노가 그의 마음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그 분노를 풀 수 있는 것은 오직 용서뿐입니다.”

용서는 사건이기보다 과정이다. 치유와 회복은 평생의 과정이므로 우리 안에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될 때까지, 우리가 하나님의 성품에 온전히 참여할 때까지 우리의 치유와 회복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