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가 심상치 않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인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예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에 거센 민주화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바람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들 국가에 대한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한국교회 안에 새로운 중동선교 열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판단, 최근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이집트 민주화 혁명과 기독교 선교’라는 주제로 좌담을 갖고 중동 선교 방향성을 찾아보았다. 좌담에는 중동전문 칼럼리스트 김동문 선교사,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 서동찬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집트 기독교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같다. 이집트인들은 기독교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는가.
◇김동문 선교사=이집트인들은 집안 내력에 따라 무슬림인 것을 당연시 한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인 통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미국 CIA(중앙정보국) 세계연감이나 미국 퓨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콥틱교도는 800만∼1400만명, 개신교인은 20만∼40만명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기독교 진영이 친정부, 친이스라엘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이집트인 입장에서는 기독교에 대해 매우 불편한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가 현실 이슈에 대해선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다보니 일종의 탈사회화된 경향도 나타났다. 콥틱교 교황의 경우 무바라크를 지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기독교의 반사회적 정서로 인해 현지 시민들의 기독교에 대한 거부가 상당한 편이다. 앞으로 이집트 기독교계는 개방화 시대를 맞이해 역사적 안목을 갖고 사회를 품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역사적 반성과 복음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이집트 인구 8000만명의 약 10%정도를 기독교인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콥틱교도이다.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에 과연 기독교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과제가 될 것이다. 콥틱교도와 무슬림간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 알키디신교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21명의 신자가 사망하고 43명이 부상당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번 시민혁명 기간에 “우리 모두는 이집트인이다. 무슬림이나 기독교인이나 모두가 하나”라는 구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징조라고 본다.
◇서동찬 교수=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슬람에서 개신교로 개종했을 때 사형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답변한 이집트 무슬림이 84%에 달했다. 그동안 무바라크 통치 하에서는 기독교는 사실상 보호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기독교는 타종교와 대화의 새 장을 열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교회가 사회 속으로 들어가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기독교인과 무슬림간 평화, 화해에 기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같다.
◇김 선교사=이집트에서도 건강한 교회 모델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교회가 이집트 최대 장로교회인 카스르 엘 도바라 복음주의교회다. 이 교회는 1980년대 말부터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처럼 대사회적 참여 활동을 많이 했다. 현재 주일예배 참석 성도가 700∼800명에 달한다. 이 교회는 마약중독자와 성매매자 재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비기독교인, 무슬림도 이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참여했었다. 정부조차 이 교회의 노하우를 배워 관련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집트 교회들이 중동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건강한 선교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좋은 모델을 더욱 확장해나가면 얼마든지 희망이 있다고 본다. 반면 아쉬운 것은 한국교회의 이집트 선교는 현지 교회 공동체와 협력해 일하겠다는 의지가 약했다는 점이다. 이집트를 단지 복음의 불모지로 여기고 어떻게든 새롭게 판을 짜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교회는 보다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교회의 좋은 경험을 나누고 연합해 갈등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박 전 대사=한국의 몇몇 교회가 경쟁적으로 선교하는 게 큰 문제다. 이집트에는 역사가 깊은 콥틱교회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 성과위주 선교에서 벗어나 한국교회끼리 연대하고 현지교회와 협력해나가야 한다. 같은 민족보다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중재역할이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선교의 전문성 또한 필요하다.
◇서 교수=선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하나님은 구약의 이스라엘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뒤 이스라엘 공동체를 통해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셨다. 선교지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밑바탕이 되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 이집트는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우리나라 선교사들은 보통 30대 후반에 선교사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장 침투력이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지 청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 말씀 선포와 더불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사역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선교를 고민할 때이다. 아울러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것도 좋지만 콥틱교회와 연합해 기존 교인들을 제자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훈련된 이들이 자기 민족 복음화를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 방식의 선교는 지양돼야 한다. 오히려 복음전도를 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선교사=이라크 사태를 통해 배워야 한다. 후세인 정권을 붕괴해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틀렸다는 게 증명됐다. 이처럼 준비성 없이 현지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하면 반드시 시행착오로 연결된다. 한국교회의 이집트 선교역사는 30년이 넘었다. 이집트는 무슬림선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전략적 접근이 오히려 부작용이 만들 수 있다. 그것보다는 정서적 접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집트 기독교는 2000년에 가까운 역사가 있다. 200년도 안 된 우리와는 내공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겸손해야 한다. 그 땅에서 일해오신 하나님께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급하게 프로젝트를 세우지 말고 한 템포 늦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게 필요하다. 무바라크가 있었기 때문에 선교가 안 된 게 아니었다. 무바라크 정부는 오히려 강경 이슬람의 득세를 억제했다. 상황이 바뀌면 더 잘 할 것이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박 전 대사=전적으로 공감한다. 미국은 이라크를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다. 반면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 이집트가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당분간 이집트 상황을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오는 9월까지 정치 일정이 예정돼있으니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보다 면밀히 보는 게 중요하다. 무슬림형제단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관찰해야 한다. 이들은 선교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 교수=사람이 마음이 가난할 때 주님을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급격한 변화 욕구가 있지만 채워지지 않을 때 마음의 공허함 또한 커진다. 침착하게 선교를 해나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주춤해서는 안 된다. 즉, 소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바라크 통치하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1981년부터 시행된 비상계엄령이 폐지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교회를 세울 때 법적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순수한 복음이 꽃피울 수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회의 소금과 빛의 역할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지금이 진짜 승부를 가늠해야 할 때이다.
◇김 선교사=이집트 선교 30여년을 차분히 평가하고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 건강한 선교의 연결고리를 짚어주고 기존 사역의 좋은 모델을 현지교회와 연합하고 보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새롭게 전체적인 판을 짠다는 자세보다는 개보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성지순례에서 거쳐 가는 장소로 이집트가 많이 활용돼왔다. 그러나 땅을 밟고 가는 느낌밖에 주지 못했다. 차창밖에 보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느낌을 심어주었다. 이집트인들과 말도 섞어보고 만남을 통해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 한국인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박 전 대사=당분간 사태를 관망해야 한다. 어떤 게 가장 적합한 선교모델인지 고민해야 한다. 청년 중심사역을 개발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시민혁명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집트 청년들은 매우 똑똑하다. 데모도 멋지게 했다. 억압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이집트 청년들에게 한국 청년들의 기백을 보여주고 함께 동역해나가야 한다. 이집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이집트인들의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청년학생 및 지식인 간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서 교수=결국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의 기도가 쌓이면서 이슬람권 선교운동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의 선교를 점검하고 교회 건물 구입이나 물량적인 선교에서 벗어나 이집트 상황을 감안해 복음의 연결고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서방의 개입과 이집트인들의 자존심을 구길 수 있는 무조건적인 재정적 접근은 거부감이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집트 청년들의 영적 필요를 민감하게 알고 섬기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청년들이 8개월에서 1년 정도 단기선교를 떠나 장기선교사 및 현지 교회들과 연합하면 좋은 선교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진행·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