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국내 증시 낙관론에 인색할 필요없어
입력 2011-02-22 17:40
최근 주식시장의 특징은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S&P500지수와 독일 DAX지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한국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 속에 조정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과 유럽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재정 리스크 축소가 선진국 증시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신흥국 증시는 약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 당사는 한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와 동조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한국 증시의 정체성은 신흥 시장보다 선진국에 가깝고, 한국경제는 미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당초 예상과 달리 선진국 시장과 동조하지 못하고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당사는 국내 주식시장을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조정이 강세장 내에서 나타나곤 하는 ‘통상적 조정’의 범주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기의 회복이 신흥국 및 아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우스꽝스러운 역설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고,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하회하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도 저평가돼 있는 만큼 상승 반전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증시의 완전한 디커플링(차별화)이 나타났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르고 내림의 상대적 강도 차이가 있었을 뿐,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가 방향성 자체를 달리한 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또 최근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절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의 12개월 예상 PER은 12.6배 수준이고, 이머징마켓 지수의 PER은 11.4배에 불과하다. 최근의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의 12개월 예상 PER은 코스피지수 2000선을 기준으로 9.5배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결국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의 차별화는 지속 가능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고,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큰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면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꺾을 이유가 없다.
안병국 대우증권 투자 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