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된 튀니지 前대통령 스위스에 950억원 은닉
입력 2011-02-22 01:15
민주화 시위로 장기 집권 독재 권력이 축출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해외 망명 중인 독재자 일가의 재산 환수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21일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이 스위스에 은닉한 자금이 8000만 스위스프랑(약 95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지 신문 존탁스자이퉁은 연방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 벤 알리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재산이 이 같은 규모에 이르며, 추가 조사가 이뤄지면 은닉 재산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스위스 연방정부는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지 5일 만인 지난달 19일 스위스 국내에 있는 재산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방경찰은 벤 알리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진 이후 30건에 달하는 돈세탁 의심 거래가 있었다는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다고 말했다. 튀니지 현 정부는 지난달 스위스 정부에 은닉재산 환수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벤 알리 일가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고 있다.
이집트 검찰은 21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재산 동결 작업에 착수했다. 현지 관영 뉴스통신 메나(MENA)에 따르면 압델 마기드 마흐무드 검찰총장은 무바라크와 그의 부인 수전, 아들 알라와 가말 부부 등에 대한 해외 재산이 동결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에 협조를 요청해 달라고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외무장관에게 의뢰했다.
이런 가운데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이날 카이로를 방문, EU 27개 회원국의 무바라크 재산 환수 지원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집트 시민들의 독재 타도 시위로 지난 11일 퇴진한 무바라크와 그의 가족은 스위스 등 유럽과 미국에 거액의 재산을 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정부는 무바라크의 퇴진 직후 그 일가의 스위스 내 자산이 수천만 프랑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바라크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 규모가 최대 700억 달러(약 7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