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전 국방 “대량살상무기 없다는 사실 알았다면 이라크 침공 안했을 것”

입력 2011-02-21 19:53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20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시 행정부가 알았다면 2003년 이라크 침공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럼즈펠드는 자신의 회고록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and Unknown)’ 시판을 계기로 CNN의 일요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라크 침공의 부당성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럼즈펠드는 “이라크를 침공하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한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 보고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침공하지 않는 게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라크가 WMD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잘못된 첩보를 제공했던 인물로 일명 ‘커브볼’로 불려온 라피드 아흐메드 알완 알 자나비를 비난하면서도 이에 속은 미국 정보기관을 두둔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존재로 인해 전 세계에서 미국의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하고 돌아다니지만 나 자신은 미국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는 제럴드 포드 정부 시절인 1975년 43세로 최연소 국방장관에 기용됐고,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2006년 국방장관을 맡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