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운명 군부 손에 달렸다” NYT 분석… 득실따져 발포·변화 중 선택

입력 2011-02-21 19:52

“군부가 독재정권의 운명을 결정한다.”

과거 독재정권의 첨병이었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군부가 시위대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권유지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군부가 장·단기적으로 득실을 따져 ‘발포 또는 변화’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집트 군부는 노쇠하고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출시키고 시위대 편을 들면서 변화를 선택했다고 NYT가 분석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군부는 강경 진압을 택했다. 바레인 군부도 변화를 선택하는 게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5함대를 유치하고 있는 바레인은 미국의 충고를 무시하고 시위대에 발포했다.

이집트와 바레인 군부의 이 같은 상반된 대응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시위대 편에 선 이집트 군부의 선택은 1980년대 한국 군부와 1990년대 인도네시아 군부가 보여준 행동과 궤를 같이한다고 NYT는 주장했다.

한국 군부는 1980년대 쿠데타 이후 정국이 계속 불안해지자 선거의 자유를 허용했다. 쿠데타 이후 처음 치러진 자유선거에서 군 장성이 당선되긴 했지만 다음 선출된 4명의 대통령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이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고, 지금은 미국과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이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변화보다 발포를 선택하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군부의 태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맥파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우리가 들여다보는 나라 중 경제위기나 노화된 독재권력, 주요 지도부 간 권력이양 협상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민주화로 가는 길은 다양하며 대부분 매우 고달프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