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강제진압 사망자 발생

입력 2011-02-21 21:47

이란 정국이 2009년 대선 이후 최대 혼돈에 휩싸였다. 2년 전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됐던 반정부 시위는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잠복했다가 이번 이집트·튀니지 시민혁명의 바람을 타고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자 발생=반정부 시위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져 리비아가 혼미한 가운데 이란에서도 20일(현지시간) 수천명이 참석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에서 산발적 반정부 시위가 있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에 나섰고, 테헤란 중심가 하프트 티르 광장에서는 보안군이 쏜 총탄에 맞아 시위자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란 개혁진영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의 발리 아스르 광장과 국영방송 IRIB 앞에서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경찰과 시위대 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반복됐다.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는 테헤란에서 보안군에 체포돼 일시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끈 도발적 행동을 했다는 이유다. 전직 의원이자 여성스포츠 단체 수장을 맡았던 하셰미는 정부에 대적하는 고위급 인물 중 한 명으로 2009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이란 개혁파는 지난 14일 시위 도중 숨진 2명의 추모식을 이날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어떤 집회도 불허하면서 테헤란 시내에 경찰과 군 병력 등을 증강 배치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슬람 성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슬람 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라며 “미국은 이슬람 세계에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계속되는 보도통제=언론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외국 언론에 아예 비자 발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이란에 들어간 기자들에게도 시위현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도 현저하게 느려졌다. 시위대 간 연락을 막고 리비아 바레인 등 인근 지역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CNN은 “당초 기자, 카메라맨 등 11명이 이란 취재를 맡았으나 지난 14일 열린 반정부 시위 보도로 인해 18일 보도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 알자지라, 뉴욕타임스(NYT) 등도 이란 당국의 허가 없이 반정부 시위를 취재·보도했다는 이유로 취재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란 관영 매체들은 시위 관련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란 시위 소식은 대부분 개혁진영 웹사이트를 통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