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건설 우발·부실채권 발견… 매각가격 낮춰라”

입력 2011-02-21 18:42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대금 깎기에 나섰다. 실사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우발채무(장래에 발생할 채무)와 부실채권이 발견됐다는 게 이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1일 “지난 15일 마친 현대건설 실사에서 예상보다 많은 우발채무 등을 발견했고, 채권단과 이를 인수대금 조정에 반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수천억원의 우발채무와 부실채권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인수가격을 낮춰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인수대금을 낮추는 것이 입찰금액에서 최대 3%까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이 채권단과 맺은 양해각서(MOU)에 인수대금 조정을 입찰금액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 입찰금액으로 5조1000억원을 써낸 현대차그룹이 최대 1530억원을 낮춘 4조9470억원까지 깎을 수 있는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실사 결과 발견된 추가 부실 여부를 심사해 가격 할인에 반영하겠다”면서 “다만 추가 부실이 가격 조정의 최대 수준인 3%를 초과하더라도 가격 인하는 3%까지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인수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1530억원 한도에서 인수가격을 낮춰 계약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그룹 관계자도 “정확한 우발채무 액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인수를 포기하거나 채권단과 갈등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협상과 본계약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25일까지 현대차그룹과 최종 인수대금 결정에 합의할 예정이다. 협상이 지연될 경우 최대 3영업일을 더해 추가 협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인수대금 조정을 마치면 다음 달 초 채권단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4월 중 계약금과 잔금을 완납해 인수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인수대금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자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