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리비아] 무기고 습격하고 정부청사 방화… 카다피 정권 벼랑끝
입력 2011-02-22 00:59
리바아 반정부 시위가 정권 심장부인 수도 트리폴리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초기 시위 발생지인 제2 도시 벵가지는 이미 시위대가 장악한 ‘해방구’로 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주요 부족과 군부 등 현 정부 지지기반의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시위=7일째인 21일 처음으로 트리폴리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동부에서 서부로 퍼져나가며 8개 이상의 도시로 점점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위대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의 TV 연설에 더욱 분노해 트리폴리 도심 녹색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새벽 국영 방송국에 난입했고 정부청사, 경찰서 등에 불을 질렀다. 곳곳에서 총성이 잇따랐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또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시내에는 긴장 속 적막이 감돌고 있다.
벵가지, 시르테 등 초기 시위가 발생했던 도시들은 시위대에 의해 완전 장악됐다고 프랑스 인권단체 국제인권연합(IFHR)이 21일 밝혔다. 정부군은 국가 주요 시설만 방어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의 경우 시위대 본부 건물에서 리비아 국기가 내려지고 과거 왕정시절 국기가 게양됐다. 벵가지의 한 주민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군인들이 도망가자 시위대가 무기고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진압군과 용병들은 탱크, 헬기까지 동원하고 시위대를 향해 박격포와 대공화기를 쏘는 등 무자비한 반격에 나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경 대응할 경우 반정부 정서가 강한 벵가지 중심의 동부와 아직은 정부가 장악한 트리폴리 등 서부 지역 간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군부·부족·외교관…이탈 가속=카다피에 충성을 해야 할 군부에서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벵가지에선 군 장성이 시위에 가담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또 정예 부대인 ‘선더볼트’ 일부 군인들도 카다피 경호원과 충돌해 부상하기도 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외교관의 사임도 이어지고 있다. 압델 에후니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같은 사태에 침묵할 수 없다”며 사임했다. 중국 주재 리비아 차석 외교관 후세인 사디크 알 무스라티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일부 부족장들도 정부에 등을 돌렸다. 동부의 알주와이야 부족은 정부가 시위대 탄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24시간 안에 원유 수출을 차단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최대 부족의 하나인 남부의 ‘알 와팔라’도 “카다피는 더 이상 형제가 아니다. 이 나라를 떠나라”며 시위대 합류를 선언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