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특사단 숙소 침입] 외교·경제 모두 타격 가능성 ‘난감한 정부’
입력 2011-02-21 22:48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의 범인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와 정부, 국정원 모두 속을 끓이고 있다. 당장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외교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외국을 상대로 활동하는 정보원은 해당 국가에서 알고 있는 ‘백색 정보원’과 신분을 감추는 ‘흑색 정보원’이 있다”며 “이번 건이 국정원의 행위라면 흑색 정보원이 걸린 거다. 보통 이런 경우는 양국 관계가 악화된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난감한 표정이다. 관계자들은 “잘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2009년 7월 자신의 선거운동 기간에도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지난해 11월 대규모 지진 발생에도 불구하고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도 연평도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12월 유도요노 대통령이 주최하는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특사단을 통해 자국의 경제개발계획서를 담은 유도요노 대통령의 친서를 이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부가 공을 들여 왔던 국산 고등훈련기(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과 유도요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에서 훈련기, 육상 무기 등에서 국방협력을 강화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국정원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아마추어적인 정보활동’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고, 국회를 중심으로 국정원 내부 알력설 등 음모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내곡동(국정원이 소재한 장소) 흥신소’로 전락한 사건”이라며 국회 정보위 소집을 요구했다. 같은 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잡범들이나 할 만한 실수를 저지른 이명박 정부는 무능한 첩보전으로 인한 국가적 망신에 책임지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파면하는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정보기관 관련 사항은 외부에 확인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다만 양국 정부가 논의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건이 확대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 정보활동을 벌이는 것은 일반적인 일인 만큼 이번 사건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양국 정부가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 대통령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으나 이번 사건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남도영 엄기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