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특사단 숙소 침입] 국정원이 왜?… ‘T-50’ 훈련기 수출 위해 협상전략 캐려한 듯

입력 2011-02-21 22:50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던 괴한이 국가정보원 요원들이라는 의혹이 21일 제기되면서 이들이 빼내려 한 정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국정원 요원이었다면 인도네시아 측의 무기 도입과 관련한 정보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한 목적 중 하나가 양국 방산협력과 군사교류 확대 논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 발생 하루 전인 15일 김관진 국방장관과 푸르노모 유스지안토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회담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국산 고등훈련기(T-50) 관련 정보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T-50 수출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T-50의 첫 수출 길을 열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싱가포르 등과 협상을 벌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요즘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두고 러시아 측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K-2 흑표 전차와 휴대용 대공 미사일 신궁과 관련한 인도네시아 측 협상 전략도 정보 당국으로서는 필요한 정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사 관련 자료는 전혀 도난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샤프리 삼소딘 국방차관은 21일 현지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간 특사단의 컴퓨터 안에는 국방과 관련된 기밀 문서가 원래 없었다”며 “민감한 기밀 문서를 노트북에 보관하는 게 금지돼 있는 등 안전 규약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언론에서 (우리가) 한국산 T-50 16대 구입에 대한 정보를 도난당했다고 센세이셔널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특사단은 T-50 구입이나 인도네시아-한국 합작 KFX 전투기 개발 계획에 대해 한국 측과 논의할 계획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특사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던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 장관은 이번 사건을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하타 장관은 “우리 방에 들어온 세 명은 아마도 방을 잘못 찾은 호텔 투숙객들이었다”면서 “그들의 객실은 2061호인데 (한 층 아래인) 1961호에 잘못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투숙객들은 우연히 노트북을 열었는데, 이 컴퓨터엔 우리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장지영 기자 yido@kmib.co.kr